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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

그대의 이야기 | 2011/11/14 23:02 | 어처구니
1. 요즘 청년유니온에서 취업코칭 프로그램인 '둥지'에 참여하고 있다. 3주 총 6회. 지금까지 4회 모두 참가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흥미보다는 장난 삼아 참여한 측면이 크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업도 있고 때로는 "내가 이걸 도대체 왜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냐는 첫 수업 때의 질문에 구직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참가해서 한 일이라곤 오히려 듣고 말하고, 듣고 말하기다.

2. 20살 이후로 14년 동안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왔다. 만난 사람 수만큼이나 이야기도 참 많이 했다.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나더라 수다쟁이라고도 한다. 어쩜 그렇게 이야기를 끊기지 않고 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러다보니 했던 말, 비슷한 말도 많이 하게 된다. 우선은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 줬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조용히 보낸다. 그런데 말이다.

3. '둥지'에서 했던 말들은 조금 다르다. 각자가 생각하는 '강점'과 '약점'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이 생각했던 '강점' 중에 있냐고도 물어봤다.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던 사람인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거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참 어려웠다. 결국 적기도 하고 발표도 했지만, 그게 정말 내 강점인지 약점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4.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제대로 이야기해 보지 못했던 것. 그건 바로 나였다. 나는 나에 대해서 표현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했다. 심지어 직업선호도심리프로그램에서는 많은 분야에 흥미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가 다른 구직자들보다 절박함이 적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건 절박함 보다는 애정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근데 그 자기애가 관계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5. 이런 이야기를 주변 지인들에게 했더니. 반응은 한결같이 "에이, 말도 안되요. 형처럼 명확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 어디있어요."라고 한다. 지난 10년 이상 나는 그렇게 확신차게 이야기하고 행동했던 모양이다. 근데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다. 이건 걱정, 절망 같은 게 결코 아니다. 정말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서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6. 누구는 이런 나를 보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29살 12월까지는 건조한 바람처럼 살았다. 그 후 2년 동안은 방향이 정해져 있는 바람처럼 살았다. 32살 4월부터는 정처없는, 목적지가 없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살다보면 또 무슨 일을 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걱정하고, 또 조금은 설레이고. 하다보면 가끔씩 즐거워하고 눈물도 나고. 그러다가 그게 오래할 일은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런 것의 반복.

7.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년 이상 동안 즐거워했던 일. 힘들 때 힘을 주던 일.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기꺼이 했던 일. 그런 것들이 재미가 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8. 난 앞으로도 큰 변함없이 또 일을 할 거고, 술을 마실거고, 사람들도 수다도 떨고 저 멀리 바람처럼 움직이기도 할 거다. 근데. 조금은 생각이 필요한 시점에 도착한 것 같다.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뭘까." 이 질문을 한참 처다봐도 참 묘한 물음이다. 분명 어딘가에 도착한 것 같은데, 그게 어딘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질문 자체에 의미가 있는 시기다. 그것을 '질풍노도'라고 부르던 '나이 먹음'이라고 부르던. 여하튼 나는 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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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면서 내가 기대하는 건 멋진 풍경이 아니다. 나는 바람을 만나러 간다. 

항상 바람이 부는 곳에서의 바람은 뭉친 공기의 흐름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정적 속에서 길을 걷다가 만나는 바람은 단순한 공기가 아니다. 시인 함민복 아저씨가 이야기했듯이, 그건 그 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바람이 나는 이해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그런 바람은 참 반갑다. 바람들의 인사에 우리의 대답은 낮고 긴 감탄사. 햐.

길을 걸으면서 내가 기대하는 건 짜여진 일정이 아니다. 나는 우연을 만나러 간다.

몸을 움직이는 일에는 늘 재미가 있다. 우연 때문이다. 왜 하필 나는 그 때 그 곳에 있었을까. 더 신기한 건 왜 그 때 그 음식, 그 바람, 그 사람, 그 냄새까지. 모든게 다 우연이지만, 그 우연들이 모이면 기억이 되고 때론 감동으로 남는다. 그림을 그릴 때처럼 여기에다가는 이걸 넣고, 저기에다가는 저걸 넣는다. 그러면 그냥 그림이 되는 법. 누군가 여행은 기록하는데 있다고도 했는데, 기록은 우연을 기록해야 한다. 

길을 걸으면서 내가 기대하는 건 당신이 아니다. 나는 나를 만나러 간다.
 
그렇다. 나를 만나러 간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버리고 온다. 6-7시간 정도 걷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게 며칠 지속되면, 자신에게 묻게 된다. 계속 묻는다. 그리곤 어느 순간, 눈물도 조금 날 것이고 또 어느 순간에는 묘한 웃음도 짓게 된다. 당신을 7번 국도에 내려놓고 나를 만나러 간다.


아래는 간단한 기록.
 

<준비물>

개인필수
침낭 ,옷(최대한 간단히, 내 추천은 긴팔 1벌, 긴바지 1벌, 속옷 2벌, 잠바 하나 - 이것도 너무 많긴 하다), 세면도구, 슬리퍼(이거 중요하다. 최대한 편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슬리퍼), 모자(창이 크고 간지나야 함), 개인 숟가락과 젓가락, 개인 물통(욕심 없이 작은 거), 비닐봉지(토하는 거 대비하는 게 아니라, 우천시 가방을 보호), 쌀 2일 분씩, 아이폰 충전기(우연이지만 가는 분들이 모두 아이폰4 소지자)

공통구매(제가 곧 구입할 예정이니 알고 계시라는 뜻)
우의(얇고 싸구려가 아니라 좀 좋은 걸로 구입 예정), 파우더 2개(파우더의 효과를 곧 알게 될 것임), 간단한 약품(물파스, 대일밴드, 근육통파스(뿌리는 것), 두통약, 지사제, 빨간약, 거즈, 반창고, 후시딘 등), 옷핀과 옷걸이, 호스(씻기 위해 필요), 노끈과 테입(테입의 힘은 정말 대단), 등산용 바닥깔개, 모기향, 커피, 베게, 랜턴 2개(밝게 빛나는 게 필요한데 있다면 사지 않아도 됨), 여행용 가스 2개, 빨래비누, 치약, 돗자리 3개(확보해 놓았음), 스피커(전지로 하는 거, 쉴 때 음악이 없으면 허무), 쓰레기 봉투 4개, 개인물컵 4개(물겁이지만 무엇이 담길 지는 모르는 일), 손목 모기퇴치 4개, 휴지, 물티슈 등

기타
등산용 버너2개(이미 있음). 코펠

이대원
작은 술 4병(이건 제가 제공하겠음, 홀짝거리는 재미), DSLR, 와인1병, 와인따개

김윤후(이 친구가 사실상 걷는 중 많은 일을 할 것임, 윤후야 부탁한다.^^)
마른반찬, 조리도구(칼, 수세미, 퐁퐁) 



<코스설명>

7.29(금)
동서울 터미널(15:50) -> 영덕 시외버스터미널(20:10) -> 오보해수욕장(택시로 이동)
[참고] 이 날은 김윤후 생일임. 바다에서 생일파티.

7.30(토)
오보해수욕장 -> 고래불해수욕장(21Km)
 : 첫 날이라 21킬로 걸어도 충분할 듯. 이 날 코스는 내내 자신의 오른쪽에는 바다가 있을 것임.

7.31(일)
고래불해수욕장 -> 구산해수욕장(19Km)
 : 이 날도 바다를 하루 종일 볼 수 있음.

8.1(월)
구산해수욕장 -> 덕산해수욕장(17Km)
[참고] 이 날은 이대원 생일임. 음화. 내가 와인을 왜 가져가겠음?

8.2(화)
덕산해수욕장 -> 봉평해수욕장(21Km)
 : 중반이라, 약간의 탄력을 받았기에 21킬로.

8.3(수)
봉평해수욕장 -> 고포해수욕장(17Km)
 : 이 날부터는 내륙 절반, 바다 절반임. 길이는 짧지만 힘든 길이 될 듯. 하지만 고포항이 근처라 항구에서 만찬 기대.

8.4(목)
고포해수욕장 -> 장호해수욕장(19Km)
 : 장호항이 근처에 있음. 만찬은 알 수 없지만 아쉬워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

8.5(금)
장호해수욕장 -> 한재밑해수욕장(21Km)
 : 한재밑해수욕장은 지도에도 안 나오는 해수욕장임. 기대하고 있음. 실질적으로 걷는 마지막 날이라 21킬로.

8.6(토)
한재밑해수욕장 -> 삼척터미널(5.3Km) -> 정동진(버스로 이동) -> 웃고 즐기다가 -> 서울귀환
 : 삼척역에서 정동진까지 바다열차를 타려고 했으나 이미 좌석 매진(아쉽). 
 : 심신이 지쳤겠지만 서울에서 뒤풀이 후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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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쾌한상상 2011/07/25 14:39

    와...우

    '그대'
    자신을 만나러 가시는군요! 걸으면서!!!
    저도 휴가계획을 세웠는데~
    글을 보니 뭔가 추가해야 될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웃고즐기다가 서울로 무사히 귀환하시길 바래요!

  2. 지영 2011/07/29 16:15

    저에 대해 글 써주시기로 해놓고 그냥 가셨군요 ㅜㅡ
    두분 다 조심히 무사히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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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대의 이야기 | 2011/07/17 22:23 | 어처구니
1. 나는 그동안 싸이월드, 블로그 등을 통해 우리 가족 이야기를 조금 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나 스스로도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아니라고 하면서도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었나 보다. 그럼에도 아버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단순히 내 아버지라서 그런 게 아니라 아버지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2. 우리 아버지는 직업 군인이었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이사를 많이 다녔다는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리저리 역마살이 낀 것처럼 다닌 것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는 가끔 생각한다.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집안 분위기가 엄하거나 그런 건 정말 단 1퍼센트도 없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고 한 인간으로서 삶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레 가장이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자신의 꿈이나 욕망보다 앞선다고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난 그런 아버지를 싫어한 적은 없다. 어찌보면 현재의 내가 결혼이나 가정같은 것에 내 또래의 친구들과 다르게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런 아버지의 영향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으나까 말이다. 여하튼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는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군인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

3. 문제는 그런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삐긋하면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가족 전체에게 전이되고 결국은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그게 우리 엄마다. 아마 그래서 나는 앞뒤 다 빼고 엄마를 주로 이야기했고 엄마에 대해서 감정이 움직였던 것이다. 큰 근심이나 어려움이 없었던 우리 집에, 이건 내 나이 24살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근데 그 때 아버지는 좀 멀리 나갔다. 도박으로 2억 가까운 돈을 날리고 어느 날부터 표정도 달라졌다. 그리곤 얼마 안되어서 퇴직했다. 그 때 아버지 나이는 내 주변 친구들의 경우로 보면 한창 때였다. 즉, 가족을 위해 한창 돈을 벌어오는 때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때부터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4. 담배는 원래 태우지 않았지만, 술을 그렇게도 좋아했던 아버지였다. 그런 사람이 술을 끊었다. 아들들에게 가끔씩 공부이야기도 하고 싱거운 이야기도 하던 사람이 말수도 적어졌다. 말 자체를 끊은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깊게 들어가고 있었다. 아버지가 찾은 출구는 불교 경전이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그 이후로 금강경을 아마 수십번 혹은 수백번 읽고 썼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족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보다는 내면을 다스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 방법은 나머지 가족들을 분노하게 했지만 어쩔 도리는 없었다. 나는 엄마한테 이혼하라는 말까지 했지만 엄마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그 때 결혼과 가족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주 어렴풋이 알아버렸다. 가족은 참으로 무서운 거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5. 그로부터 10년 정도 지난 셈이다. 여전히 빚이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생각한다면(물론 나는 지난 10년의 과정 속에서 철저하게 밖에 있었다. 나는 가족 중에서도 외부인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우리 집에 또다른 아버지였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상당히 호전되었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산재를 한 번 당했고, 엄마는 자궁에 물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한 번 했고, 동생은 이 모든 과정을 때론 묵묵하게 때론 격하게 견뎌왔다. 나는, 그 10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여행하듯이 살았다.

6. 오늘 엄마집에 다녀왔다. 나는 2-3개월에 한 번씩 엄마집에 간다. 내가 굳이 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엄마집이라고 칭하는 것은 나는 그 집에 가서 정말 엄마집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 집은 정말 엄마집이다. 물론 엄마 소유는 아니고 임대주택이지만 그 신청자는 엄마 이름으로 되어있다. 엄마집에 갈 때마다 나는 이동하는 것을 좋아함에도 늘 무거움 마음으로 지하철을 탄다. 엄마는 큰 아들이 온다고 이것저것 음식을 준비한다. 나는 그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좀 자다가 빈둥거리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그게 엄마집에 다녀오는 내 패턴이다.

7. 오늘은 조금 달랐다. 엄마집에는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 집에 항상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의 존재를 새삼 느꼈다. 아버지가 냉장고에서 막걸리 한 병을 꺼내더니 마른 멸치, 양파 썰은 것을 놓았다. 처음에는 잔을 하나 놓더니 이내 잔을 하나 더 꺼냈다. 그리곤 나에게. "한 잔 할래?"

8. 정확히 두 잔 먹었다. 3주 동안 비가 계속 내렸다가 비가 와서 그런지 오후 3시였지만 땀이 비오듯 했다. 그렇게 아버지와 막걸리를 마셨다. 정치 이야기도 좀 하고, 지역감정에 대해서 좀 이야기하고, 남북문제에 대해서 조금 했다. 10년 만에 아버지에 한 잔 하는 이야기 안주는 그런 것이었다. 아버지는 조금 만족스러웠을까. 10년 만에 아들과 막걸리 한 잔 해서? 물론 나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무언가 조금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9. 물론 막걸리 한 잔으로 지난 10년이 메워지지는 않는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나는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또다른 아버지였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할 처지가 아닌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금강경을 보고 그 내면을 다스렸다면, 나는 시덥잖은 운동 이론서와 아스팔트 위에서 그 시간을 건너왔을 뿐이다. 내가 우리 아버지에게 배우는 점 하나는, 아버지는 항상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그것에 있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언젠가 아버지에게 그런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메일은 아버지가 나에게 금강경 몇 구절을 보내며 그걸 읽고 마음을 다스리라고 한 메일에 대한 답장이었다. 나는 부자 관계 중에 가장 좋은 건 함께 공부하는 관계가 아닐까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나와 아버지는 이 순간을 지내고 있다.

10.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건강하길 기원한다. 내가 아끼는 후배의 아버지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병원에 계셨기 때문에 그 친구도 담담하게 준비했지만, 시간이 흐를스록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10년은 2억이라는 돈을 갚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골목길로 들어가 헤매다가 지금 막, 딱하고 마주치기 위한 시간이었다. 나는 꼬인 골목에서 지금 나왔다. 아버지도 그 골목에서 나왔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가 있는 그 골목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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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7 22:57

    비밀댓글입니다

  2. 샛별 2011/10/04 00:17

    글 참 좋네요. 농담반 진담반 유쾌하게 나누는 말도 좋던데, 이런 글은 진심을 담은 글만이 주는 울림이 있어 좋은듯. 내가 아버지가 있는 그 골목으로 가면 되니까...참 성숙한 사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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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그대의 이야기 | 2011/07/12 18:53 | 어처구니
급작스레 떠오른 단어. 존경이라는 단어는 어디에 붙어야 정확할까.

지난 3주 동안은 소주 2병 먹고 초보운전하는 삶을 살았다. 불현듯이 어디가 가고 싶어서 그냥 갔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을 이야기가 갑자기 화를 불러오더니 끝내는 눈물까지 데리고 왔다.

내 지인들은 나한테 "술 좀 작작 먹어라"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근데 술은 다 마신 후에 내가 술을 마셨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마시기 시작한 순간부터 취하는 전 과정에서 희희덕거리거나, 흐린 눈으로 상대방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다가, 그냥 걷기도 하다가. 옛날 일이 생각나서 자조도 아닌 그렇게 기쁨도 아닌 그저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 때가 아마 27살, 아닌가 28살이었나..."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말은 에너지 소비가 크다. 단순히 기억을 떠올려야 함이 아니라, 상대방에서 그 순간을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적당한 단어와 단어를 계속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그걸 뭐라고 할까"라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그렇게.

비가 하도 오길레, 온몸이 퉁퉁 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돌아가는 길에 속이 쓰린 것 보다 기억이 쓰렸다. 또 언젠가, 비슷한 공간에서 또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그 때가 아마 34살, 아닌가 33살이었나..."하며 끙끙거릴테니 말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 대판 싸우고, 평소에 날 믿어주던 후배에게 심한 말을 하고, 머리에 떠올랐던 친구를 만나서 수다소주.

예전에는 얼굴이라도 화끈거리고 며칠 동안 괴로워했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처럼 된 듯해서 명치부분이 참 아프다.

급작스럽게, 그런데 존경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존경이라는 말은 참 부담스러워, 참 힘들어"

수 차례 갔었던 공간이었다. 참 지겹게도 걸었던 길이었다. 그 공간에 있었던 시간들을 순차적으로 잇는다면 며칠이 될 것이다. 저 골목 너머에는 그게 있고, 옆 모퉁이 돌면 그게 있다. 들어가 본 집도 있고, 눈으로만 매번 훔쳐봤던 공간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어야 좋다.  그 바람에 존경도 날아가 버리면 좋다. 그 대신 그 순간을 존경하고 싶다. 그 공간을 존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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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청년유니온(@union1030 http://cafe.daum.net/alabor) 교육팀장이다. 예전 20대 때 노동조합의 교육팀장 직함은 나에게 어떤 동경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청년유니온 교육팀장을 하게 되었을 때 속으로 설렘이었다. '교육'이라는 단어가 주는 뭔가 뿌듯함.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자 망상이었다. 교육팀장으로서 제대로 일을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누가 누굴 교육한단 말인가. 초기 몇 번은 내가 강사가 되어 고용동향 및 몇가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부문이 너무 많고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들은 다양하여 우리 사회 재미나고 유쾌한 분들을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모신 분들이다. 

이성규 매일경제 미디어연구소 연구원 @dangun76
이정환 미디어오늘 경제부 기자 @leejeonghwan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kennedian3

다들 의욕이 넘치는 분들이라 열띤 분위기 속에서 강연이 진행되었다. 이정환 기자님와 선대인 부소장님의 경우는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에게 들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그랬는지 애초 강연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하였다. 청년들의 사회적 처지가 한 편으로는 매우 우울하지만 또 한편으로 유쾌하여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번에 모실 분은 윤성호 감독님(@ysimock)이다.
위에서 언급한 분들을 모시기 전부터 이 감독님을 한 번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마침 트위터 팔롱도 되었기에 내심 노리고 있었다. 물론 윤성호 감독님의 작품들도 구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보았다. 

그리곤 트위터 DM으로 청년유니온 10월 강좌에 모시고 싶다고 보냈다. 그리곤 짧은 답변이 왔다. "예."


제목이 '두근두근'을 허하라. 이 감독님의 여러 단편 작품들을 보면 '두근두근'이라는 제목이 제법 된다. 그래서 청년들의 두근두근을 한 번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와서 들으면 되는 거고. 참고삼아 윤성호 감독님의 단편 작품 하나 '두근두근 배창호'를 소개한다. 영상 속 가게 주인이 바로 배창호 감독님. 더 많은 작품은 여기로(http://www.indiesit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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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amilaswan.egloos.com BlogIcon 미운오리 2010/10/16 16:05

    주제가 끌리는데요?ㅋㅋㅋ
    그냥 가면 되는거예요?ㅋㅋ

    • Favicon of http://thebend.pe.kr BlogIcon 그대 2010/10/18 00:10

      당연. 그냥 오면 됨. 근데 남친 여친이랑 오면 더 좋을 듯. 남친 여친이 없으면 그냥 혼자 와도 됨...ㅋㅋ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goodlife05 BlogIcon 어니스트 2010/11/12 16:56

    여전히 열심히 사는고나~~나 승리...ㅋ
    카카오톡에 주소있길래 함 들어와봤어~
    멋져~~ㅎㅎ
    윤성호 감독 완전 좋아하는데...ㅎ
    재밌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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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비가 왔다. 본격적인 무더위(사실 지금도 매우 덥다)가 오기 전에 제대로 비가 한 번 와 주길 기대했는데 역시 내 바램은 소용 없었다.

이번 주는 내내 퇴근 후 일정이 있어서 과외 역시 시간을 쪼개서 할 수밖에 없었다. 월요일부터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데 퇴근 길에 홍대 입구역 앞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순간 하늘을 봤다. 뭔가 이상하다고 했는데 역시나였다.


평소에는 잘 찍지도 않고, 연자씨는 나에게 참 사진 못 찍는다고 비난했지만 어제는 어떻게 들이대도 느낌이 살아났다. 아이폰으로 찍었는대도 아주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몇 장 더. 지하철에서 내내 이 사진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재충전했다.



이 사진은 예전에 서울-부산 국토대장정을 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요 사진은 학생운동할 때 밤새 술 먹고 새벽 청량리-원주 무궁화호를 탔다가 내리지 못하고 결국 '나 돌아갈래'의 제천역까지 갔었다. 그 때 다시 기차를 타기 전 역 근처에 있던 초등학교에서 잠시 쉬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나는 사진.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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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 2010/09/01 00:29

    이사진 지금봤는데 느낌 참 좋네요.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푸르딩딩한 빛이 돌아서
    꼭 로모나 필카의 느낌이 드는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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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혹은 반성

그대의 이야기 | 2010/04/02 11:06 | 어처구니
1. 머리로는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 나는 정말 슬퍼하고 있는 걸까. 다들 누군가가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서 장단을 맞추긴 하지만 마음으로는 별로 감동적이지 않을 때 나는 그 누군가를 질투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더 잘났다고 거만 떨고 있는 것일까.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늘로 갔을 때 슬프지 않았다. 이런 내 감정 때문에 사람들과 약간의 언쟁도 있었다. 근데 정말 슬프지 않은데 어떻게 하나. 얼마 전 고대 정경대 앞에 김예슬씨의 대자보가 붙었다고 그 내용이 정말 대단하다고, 민경우 선배님은 생각의 깊이 다르다며 감동적으로 말씀하셨다. 어제 선배님에게 맥주 한 잔 놓고 이야기했다. 저는 김예슬씨가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고 말이다. 그가 대학을 버리고 싸우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옳다. 좋다. 뭐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게 날 감동시키지 않았다.

2. 왜 그랬을까. 최근에 든 생각은 나는 왜 그런 것들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마다 감정의 구조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3월 한 달 동안의 힘듦과 어제의 토론 등을 통해 몇가지를 발견, 정리했다.

3. 모든 것은 내 착각이었다. 나는 내가 여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내가 꽤나 뛰어난 운동권이라고 믿었다.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데, 아직 내가 주인공이 된 영화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영화 개봉을 가로 막는 사람의 죽음을 내가 왜 슬퍼해야 하는가. 주인공은 따로 있는데 조연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대자보가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중요한 건 나였다. 모든 착오와 안타까움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걸 한마디로 정리하면 착각과 오만이다.

4. 난 여전히 민경우 선배님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성주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미운오리나 몇몇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김예슬씨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만 놓고 보면, 그리 감흥이 없다. 그건 내가 아직 착각과 오만에서 다 빠져나오지 못 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나는 조연으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한다.(어쩌면 조연도 못 할 수 있다. 그럼 액션배우라도 해야지 뭐) 중요한 건 주인공이 아니라 영화 자체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스스로 짚고 넘어가는 건. 그렇다면 김예슬씨의 대자보에 감흥을 느끼거나 무언가 새로움을 발견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그런 분들이 나 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아주 조금 아쉬운 것은 김예슬씨의 정치적 발언의 진정성이 타인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꽤나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지만 그렇게 쉽게 무언가에 확 가진 못한다. 타인들이 보기에는 조금 답답할 수 있으나 사람은 누구나 시간도 필요하고 정리가 필요한 법이다. 자신이 정리되었다고 혹은 자신이 준비되었다고 "너는 왜 못하냐고..."라고 말하면 답답한 일이다.

5. 마지막으로 운동이 아니라 운동가의 자세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생각해 보니 나는 타인을 관찰하거나 평가할 때 사람으로 평가한 게 아니라 운동가로 평가해 온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김예슬씨나 '삼성을 생각한다'를 쓴 김용철 변호사를 사람으로 온전히 평가하지 못하고 운동가의 잣대로 평가했다. 그러다 보니 별 감흥도, 감동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오만과 편견이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운동가라면 나는 당신을 운동가의 잣대로 평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게 운동가의 자세라고 믿는다. 어제 토론 및 논쟁은 이론적인 정합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동가인가 아닌가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마지막 말도 내 오만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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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8 17:11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thebend.pe.kr BlogIcon 어처구니 2010/04/09 11:34

      여전.... 하하.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에 돌아온 정성일에게 정은임이 했던 이야기가 바로 "여전하시네요"였음.
      벚꽃과 커피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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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이 노동부 노동조합 설립신고하고 나서 오늘 그 결과가 나온다고 하여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노동부 이 놈들은 안 되겠네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원이 되어 보나 했는데 어렵네요.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도 세차례나 반려하더니. 역시 MB정부는 가능성이 없습니다. 내일(24일) 오전 11시에 과천정부청사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한다고 합니다. 저도 가야하는데...ㅜㅜ

아래는 청년유니온 카페(http://cafe.daum.net/alabor)에서 퍼온 겁니다.


<성 명 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단결권을 짓밟은 노동부를 규탄한다

오늘 노동부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스스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해 설립한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설립신고를 반려했다. 이는 이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대한민국 청년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청년유니온은 노동부의 오늘과 같은 행태를 준엄하게 규탄하는 바이다.

노동부의 청년유니온에 대한 노동조합설립신고 반려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는 자의적 판단일 뿐이며 청년들의 자주적인 단결권을 반드시 막아 나서겠다는식의 악의로 가득 차있다.

첫째, 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의 강령과 규약에 “대한민국 청년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지위 제고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및 한반도의 평화 실현”이라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정치활동이 주된 목적과 사업이기 때문에 설립신고를 반려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많은 노동조합 규약 전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강령과 규약이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한 것은 황당한 이유이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노동조합중 청년유니온의 강령과 규약에 적시하고 있는 수준의 내용을 담지 않고 있는 노동조합은 단 한군데도 없다.

이는 여타 노조의 설립신고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항을 들어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것으로 유독 청년유니온만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있다.

청년노동자들의 노동권이 개선되는 것이 곧 청년들의 정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제고되는 것이다. 또한 만연한 청년실업이 해결되고 청년들의 고용이 보장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군복무 문제부터 이로 인한 늦은 취업문제등이 청년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인데 청년노동자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는가?

또한 반려사유중 하나인 구직중인 청년노동자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것도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아니 청년실업자를 이렇게 많이 양산해 구직중인 청년노동자가 다수가 되버린 사회현실에 대한 책임이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데 이를 청년들에게 뒤짚어 씌우는 것인가? 청년실업이 없어져서 구직중인 청년노동자의 숫자가 적어지게 되면 이는 사회전체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구직중은 청년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고용보장과 구직활동을 하는 것은 적극 권장해야하는 일이다. 또한 구직중은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은 노동법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다. 이미 대법원등의 판례는 구직중인 노동자도 노동조합 가입을 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오늘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설립신고를 반려함으로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노동권을 확보하고 권리를 찾기위한 몸부림을 짓밟은 것이다. 또한 100만이 넘어간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해결의지가 조금도 없음을 낱낱이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노동부가 대한민국 최초의 청년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한것은 법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해 청년실업자가 급증하고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다수가 되어 오히려 청년노동자들의 권리향상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권의 정책실패를 여실히 드러내주기 때문이 아닌가?

노조설립의 신고제도는 노동자는 자유로이 노조를 조직할 수 있다고 하여 자유설립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설립신고 시 노조는 설립신고서와 규약을 첨부하여 노동부에 제출하고, 노동부는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 확보를 위한 형식적 심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은 청년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로 대한민국 청년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활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나큰 오판이 아닐 수 없다.

100만에 달하는 청년실업과 청년노동자 2명중 1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엄혹한 현실앞에 대한민국 청년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통해 단결하고 활동해나가는 것은 역사적 대세이며 이미 거스를수 없는 흐름이다. 청년유니온은 이런 시대적 흐름앞에 정정당당하게 청년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활동해나갈 것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라는 비상식적·불법적 행태에 대해 자성하고, 대한민국 청년노동자들의 조합활동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 2010년 3월 23일 청년유니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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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로만 보면 봄이 오고도 남아야했다. 사는 집에 대학 근처라 주말에 학교 도서관에 가보면 개강과 새내기 입학으로 연일 북적인다. 나무에도 싹이 나고 밤이 오는 시간도 많이 늦춰졌다.

나는 매년 봄이 오면 봄에 대한 글을 쓰고 했다.

나에겐 벚꽃 지는 것만 보이네...
2004.04.10 20:58

투표참여 캠페인이 여의도 벚꽃 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공원에서 있었다. 형식도 없고 그냥 하고 싶은대로 사람들에게 4월 15일에 투표를 하자고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자리였다.

무슨 야시장에 온 듯... 난 캠페인보다는 그냥 사람 구경하며 벚꽃을 쳐다보았다.

참 궁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동안 뭐했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

지금 생각하면 뭐하나... 나에겐 벚꽃 지는 것만 보이더라...

2004년이면, 지금으로부터 6년전이니까 내가 27살 때다. 당시 나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대학생들의 정치참여와 투표율을 높이겠다고 이런저런 활동을 했다. 아마 여의도에서 캠페인을 하는 날이었을 거다. 정치는 축제라며,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행사해야한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는데. 돌아오는 길에 벚꽃 지는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랑 헤어졌는지 아니면 당시 기분이 꽤나 우울했는지. 여하튼 봄이 왔을 때 벚꽃이 절정일 때 나는 벚꽃 지는 모습을 봤다. 그러니 참 궁색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 해 봄날
2005.02.19 21:06

아는 후배의 미니홈피에서 계속 듣게 되는 노래를 만나게 되었다. 그 노래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부른 '그 해 봄에'라는 노래인데 아주 느낌 팍! 인 노래이다. 내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노래가 전혀 호들갑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 제목은 '그 해 봄에'. 그러나 느낌은 슬슬 봄이 오다가 확~하고 봄이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봄날은 간다'인 것 같다. 누군가 그 사람과 기다리던 봄날에 길도 걷고 밥도 먹었고 영화도 한편 보았을 것이다. 봄인지도 모른채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신차리면 봄이 가버리고 그 사람이 생각난다. 그렇게 봄날은 간다. 그리곤 여름과 가을, 겨울을 기다린다.

기차를 타다가 긴 터널을 지나게 되면 답답해서 빨리 밝은 햇살이 비치는 밖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막상 밖을 보아도 별 다른게 없으니 그냥 씨익~하고 한번 웃어준다. 그 사람이 보라고 말이다. 그 사람은 내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나도 언젠가의 '그 해 봄에' 기차를 타고 있었거나 누군가와 길을 걸었거나 밥을 먹었거나 그랬을 것이다.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내가 그랬을 것만 같아서 멍청하게도 며칠 남지 않은 봄을 기다리게 된다. 난 아마 올해 봄에 벚꽃을 조금 볼 것이고 딸기도 먹게 될 것이고 기차도 탈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걷기도 할 것이다. 아마 그 언젠가의 또 '그 해 봄날'을 위해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는 벌써 봄날이 오고 있고 곧 가버릴 것 같아서 참으로 아쉽다. 그래서 '그 해 봄날'이다. 영원히 '그 해 봄날'이다.

2005년에도 나는 봄을 맞으며 이미 가버릴 봄날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2005년에는 담당지역이 강원도라서 청량리역에서 기차타고 춘천, 원주를 참 많이 다녀왔다. 봄 날에 그 기차를 타고 가는 길을 참 아름답다. 물론 대학생들이 MT를 간다고 왁자지걸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봄날의 기차를 참 좋은 느낌이다. 곧 원주에 한 번 갈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이번에는 가급적이면 기차를 타고 싶은데 그렇게 될 지는 모르겠다. 기차를 타면 '그 해 봄날'이 생각날 것만 같다.

꽃피는 봄이오면 봄날은 간다
2006.03.25 14:01

날씨는 야속하게도 아직 쌀쌀하지만 시간으로 보면 봄이다. 저 멀리 남쪽의 캠퍼스에는 벌써 꽃들이 피고 있다. 서울에도 힘겹게 싸우듯 교정에 하나 둘씩 녹색 잎들이 돋아나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오는 봄, 누가 보고 싶어서 봄, 당신은 봄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땅 속에 숨겨놓다가 어느날 갑자기 나오는 봄나물, 순간이지만 우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며 미치듯 자신을 뽐내는 벚꽃들, 눈 녹은 자리에 생기는 얼룩얼룩한 지난 추억, 재잘거리며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덤비는 새내기, 혹시 그 사람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수 많은 그 혹은 그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는 겨울에 은수(이영애)를 처음 만났다. 눈내리는 소리, 두꺼운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만났다. 그리곤 영화처럼 사랑에 빠진다. 추운 겨울날 소주 한 잔 기울이다 갑자기 그 사람이 보고 싶어 돈벌이 시원찮은 친구 택시기사를 불러 갑자기 강릉에 가자고 한다. 강릉에서 만난 상우와 은수는 너무나 좋은 나머지 껴안고 또 껴안고, 바닷가 앞에 위치한 은수의 집은 모든게 꼭 영화처럼 완벽해 보인다.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현우(최민식)는 연희(김호정)와 겨울에 만나 답답한 이별을 한다. 현우가 사준 반지를 팔아 술을 마셨다는 연희에게 현우는 행복하라며 쓴 소주 한잔 뒤의 표정을 지으며 애써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리곤 이별의 아픔을 잊으려는지 아니면 자신의 인생은 실패한 것이라 자포자기한 것인지 갑자기 현우는 삼척에 있는 도계중학교 관현악부 선생으로 도망간다.

누군가는 겨울에 사랑을 하고 또 누군가는 겨울에 이별을 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이별은 인생을 망가지게 하기도 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는 겨울에 사랑을 만난다. 그리고 영화 <꽃피는 봄이오면>은 겨울에 이별을 하며 시작된다. 우리는 이 정도에서 영화의 결론을 어느정도 예감하게 된다. 겨울에 시작된 사랑은 봄에 끝난다. 겨울에 끝난 사랑은 봄에 다시 시작된다. 장소는 서울과 강원도. 서울과 강원도는 사랑과 이별의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편의 영화를 봤겠지만 사실 이 두 영화는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봄이라는 시간을 정해 놓고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상우와 은수의 관계가 아니다. 또한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도 현우와 연희의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상우와 할머니의 관계이며 현우와 엄마의 관계다. 상우의 할머니는 흑백의 옛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의 사진만을 바라보며 기차역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다. 그러면서 돌아가시기 직전 상우에게 ‘한번 지나간 버스와 여자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할머니 인생의 마지막 결론을 던져주고 이 세상을 떠난다. 상우는 그러고 나서 다시 같이 지내자며 돌아온 은수를 담담하게 그냥 보내게 된다. 할머니의 죽음과 시간의 흐름은 상우로 하여금 사랑과 이별의 공식이 세상살이의 보편성이라는 것을 알게 한 것이다. 이것은 현우에게도 마찬가지인데, 현우는 삼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느날 허름한 술집에서 소주를 먹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사랑하냐고 묻는다. 그러고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절규하듯이 말한다. 엄마는 ‘넌 지금이 시작이야’라며 한 단계 높은 인생의 면을 보여준다. 현우는 울지만 깨달았다. 과거가 없이는 다시 시작할 수 없음을 말이다. 삼척에 내리는 눈마저 비로 보였던 현우가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봄은 과연 무엇인가. 상우는 ‘겨울-봄-여름-가을-겨울’을 경과한 후에 성장한다. 현우는 같은 ‘겨울’이라는 짧은 시간에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 아직 20대인 상우에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고 똑바로 세상을 걷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상우에게 그 걸음걸이를 가르쳐 준다. 다시 그 사람이 나타나도 흔들리지 말라고 말이다. 그러나 30대 후반인 현우에게는 조금 다르다. 예술은 천박하면 안되기에 돈을 위해 음악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우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게도 가끔씩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연희에게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못난 가지를 툭툭 쳐내듯 그렇게 감내해 온 것이 바로 현우의 겨울이고 시간이다.

그렇게 보면 이 두 편의 영화는 연속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상우는 사랑과 이별을 통해 세상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가지게 된다. 처음의 현우처럼 말이다. 현우는 원칙과 세상의 부조화 속에서 힘들어하며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 간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20대를 경과하여 30-40대로 넘어간다는 것은 이런게 아니겠냐며 우리에게 이 두 편의 영화는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조금 서글픈 일이지만 영화는 그것을 봄이라는 시간과 사랑과 이별이라는 사건을 통해 조용히 벚꽃이 흩날리듯 보여주고 있다.

인생의 지혜를 얻으면 벌써 청춘이 아니더라. 그래서 꽃피는 봄이 오면 봄날은 가고야 만다. 청춘은 지나가야 그 때가 꽃피는 봄이었다는 것을 알더라. 그래서 봄날이 가야 꽃피는 봄이 아쉬운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현재 봄날이라는 것. 당신이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해도, 잊어버린 꿈을 현재 찾고 있지 못한다 해도, 지난 겨울 이별을 만나 현재 괴로워하고 있어도 말이다. 그러니 난 캠퍼스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는 당신에게 또 한가지 물어본다. 이 봄에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아니면 무엇이 지나가길 바라는가. 잘 모르겠다면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의 마지막 대사를 떠올리며 좋은 날 골라 낮술이라도 한잔 하시라. 그게 봄이다.

현우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넌 전화를 받았으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니냐
연희 : 왜 걸었어
현우 : 왜 걸기는... 뭐하냐 바뻐? 야 이따가 오빠가 술 한잔 살테니까 나올래?
연희 : 술?
현우 : 응?
연희 : 술을 갑자기 왜?
현우 : 뭐 갑자기 뭐 술 마실수도 있지? 야... 봄이거든. 참 하하하... 참 너 학원 다시 차렸다매
연 희 : 응
현우 : 야 혹시 색스폰 강사나 트럼펫 강사 필요하지 않냐? 내가 물 좋고 삼삼한 강사 하나 알고 있는데
연 희 : 누구?
현우 : 누구냐고? 이씨고 이름은 현우라고... 하하하

2006년의 봄은 약간 설렘 속에 맞이한 듯 하다. 영화 '봄날은 간다'와 '꽃피는 봄이 오면'은 내가 매년 마다 한 번씩 보는 영화인데, 당시에 유뉴스(unews.co.kr)에 기고한 글이기도 하다. 당신에는 시간이 흐르면, 여하튼 그 시간들을 보내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성장하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시간을 보내는 한 이유기도 했겠지만 서른이 넘은 후에는 시간을 보내도 성장하는 지 퇴보하는 지 영 알 수 없는 시간들이 많다. 정신없이 골목길을 돌아다니다가 골목길을 나오게 되면 결국 처음 들어간 곳인데 시간은 훌쩍 흘러가 버리게 되는 것. 하지만 매번 똑같은 골목길에 가더라도 조금은 다르다. 그 골목길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어느 지점에서는 좀 더 오래 머물기도 하고 금새 지나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 골목이 너무 지겨워질 때 우리는 그 옆 골목으로 들어가게 된다. 상우가 현우로 넘어가는 듯이 말이다.

네번째 봄
2007.03.27 10:37

어제 아침에 왠일로 일찍 일어나게 되어 밖에 나기기 전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네이버 날씨 정보를 보았다. 가볍게 입고 나가고 싶었는지 아니면 저녁에 돌아오면서 좀 걷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최저온도 3도, 최고온도 14도라고 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날씨라 판단하고 외투를 입지 않고 나왔다. 아침에는 조금 쌀쌀했고 점심에는 피곤해서 바로 들어왔고 저녁에는 일이 있었다. 몸살기운이 몸에 돌고 있었다.

만사가 귀찮아졌다. 그래서 전화 건너편에서 돌아오는 목소리들에 시쿵둥한 반응을 보이며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마냥 졸았다. 대충 일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눈이 떠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구를 만나고 말았다. 그래서 아마 눈이 번쩍 뜨이며 미소를 건냈다.

20분 정도 걸었나보다. 그 짧은 거리에서 나는 네번째 봄을 만났다. 3년 전 그해 봄은 지독한 어려움 후에 찾아왔다. 2년전 그해 봄은 지독한 자책 후에 찾아왔다. 1년전 그해 봄은 지독한 패배 뒤에 찾아왔다. 이번 네번째 봄은 지독하지는 않다. 다만,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다. 어찌보면 나에게 봄이란 긴 터널의 마지막 같은 것이다. 그런데 봄은 그 터널 끝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터널 끝에서 끝난다. 그래서 항상 그해 봄이다.

어제 밤에 네번째 봄을 만나고 나니 또 봄이 가버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서글프기도 하고 앞으로는 조금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터널 끝에는 총천연색의 세상이 존재하겠지만, 그래서 조금 설레일지도 모르지만 눈을 피곤하게 하기 때문에 여간 피곤한게 아니다. 기차를 타고 전화를 하면 터널을 지날때 우리는 잠시 세상과 단절된다. 잠시의 쉼이다. 봄은 바로 그 잠시 쉼과 같기에 달콤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2007년 봄에 내가 무엇을 보았는 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났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 누구가 누구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여하튼 이전까지의 봄들이 꽤나 고통 속에서 왔던 모양인데 2007년은 조금 가벼워졌다고 하니 참 바람직하다.


2010년 봄(이라고 적고 겨울이라 읽는다)은 아직 오지도 가지도 않은 것 같다. 지난 2월까지 정말 정신없이 왔다. 다들 하는 거지만, 출근하고 대학원 공부하고, 이젠 과외도 하나 하고, 물론 연애도 하고 말이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어려운 것들인데. 무언가를 놓아야 다른 걸 더 얻을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진실을 놓치고 있었다. 내가 버려야 할 건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한 것들 중 하나를 버리는 게 아니다. 정작 내가 버려야 하는 건, 조바심 혹은 강박, 근거없는 패배감 같은 것이다. 나는 조금은 그 예전의 오만한 나로 좀 돌아가야 겠다.

봄날은 결국 낮술을 한 잔 먹어야 온다. 날씨 좋은 날, 잔디밭에서 탕수육과 고량주를 먹어야 진짜 봄날을 실감할 것 같다. 곧 오길 기대한다.

덧)
한 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다가 다시 쓰려니 이렇게 예전에 써놓았던 글들을 모아서 올리는 조금은 성의 없는 글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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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klj1412 BlogIcon 홀로서기 2010/03/19 13:57

    술 한잔 사주셔요ㅋㅋㅋ
    형이랑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는디...ㅋㅋ

    • Favicon of http://thebend.pe.kr BlogIcon 어처구니 2010/03/21 12:21

      누구냐... 넌??
      날씨 좋은 날...
      놀러오면.. 탕수육과 고량주 한 잔 사겠음.

    • Favicon of http://blog.daum.net/klj1412 BlogIcon 홀로서기 2010/03/24 02:02

      서울농대 형근입니다ㅋ
      언제 어디로 가면 되나요??ㅋㅋㅋ
      갈 시간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ㅠㅋ

    • Favicon of http://thebend.pe.kr BlogIcon 어처구니 2010/03/25 17:56

      4월 초에 한 번 찾아오면 한 잔 사겠음.
      나는 월, 수, 금 시간이 되는데...
      가급적이면 미리 이야기를 해 주면 감사.

  2. 백치미 2010/03/19 22:10

    - "나는 조금은 그 예전의 오만한 나로 좀 돌아가야 겠다"...........좋은 멘트네
    - 그리고 좋은 글이다. 난 언제부턴가 이 사이트를 즐기고 있다. 시대를 달리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감성.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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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에도 발전 경로가 있듯이(이게 논리적으로 정합하든, 그렇지 않든) 운동 주체에게도 발전 경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은 나이로 하는 것도 명성으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운동을 시작하거나, 지켜오거나, 아직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무언가 그렇게 만드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추적하다보면 자연스레 그 사람의 운동 경로가 보이기 마련이다.

2. 멋 모르고 시작 -> 좌절과 실패 -> 실력 배양 후 복수 다짐 -> 좌절과 실패 -> 효과적인 싸움을 위해 머리를 굴림(이 단계에서 운동 포기자 속출) -> 좌절과 실패 -> 멋 모르지는 않으나 운동의 아름다움을 발견함 -> 좌절과 실패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움 -> 후배들이 멋 모르고 시작 -> ....

3. 위와 같은 경로는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발전 과정이다.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나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아무래도, 아무리 좋게 봐줘도 '실력 배양 후 복수 다짐' 단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즉, 나는 아직 운동의 경험과 지혜가 일천하다. 그럼에도 열심히 운동하는 후배들이나 많은 가르침을 주고 계시는 선배님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움을 가지는 것 보면, 이거야 말로 오만과 거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증거다.

4. 어제 봄비가 내리고, 최근 며칠 계속 날씨가 좋다. 식물들도 푸른 잎을 내려고 몸이 한창 부풀어 있다. 부풀어 올라 결국 세상을 향해 무언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나는 계속 무언가 풀리지 않는 의문과 질문들 때문에 늘 피곤한 느낌이다. 그러던 와중에 민경우 선배님의 글 '신영복과 비틀즈'를 읽었다. 선배님의 글이야 자주 보고, 선배님 자체가 재미있는 분이라 얼굴도 자주 보지만 이번 글을 나에게 울림이 있었다.(물론 이전 글이 울림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말길) 앞서 말한대로 꼴랑 몇 단계나 거처왔다고 운동이나 개인의 미래를 걱정하는가. 아직 가야할 길이 이리도 먼데. 선배님이 한 마디로 정리하셨다. 아무래도 선배님은 운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단계가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45022

87년 7월 8일 연세대 백양로 광장에서 이한열 추모사를 하러 등단하신 문익환 목사님은 추모사는 하지 않고 수많은 열사들을 한명씩 외쳐 부르며 추모사를 대신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을 추모하며 목놓아 울던 김진숙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맞아 노상에서 단식이란 걸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미래야 뻔하지만 김진숙의 삶은 아름답지 않은가?

강권통치와 싸우겠다며 모여 앉은 20대 청년들의 깨끗한 열기가 좋았을 뿐이고, 고상한 추모사 대신 통곡으로 자리를 대신한 노목사의 처신이 좋았을 뿐이다. 승패와 무관하게 거리에 나 앉은  김진숙이라는 여자가 좋을 뿐이고, 요새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총명한 초년생 정치인의 좌충우돌하는 어리숙한 행보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친구가 노회찬이나 심상정처럼 잔머리를굴렸다면 나는 그녀를 보는 재미가 덜했을 듯 하다.

나는 내가 미쳐갈 때가 좋다. 승패를  따지기에는 너무 어리숙하고 순진했던 우리가 그냥 좋다. 신영복이 보여주는 지혜로움은 한 30년쯤 후에 승패가 더 이상의 여지 없이 명백해졌을 때 그 때가서  술이나 쳐먹으며 천천히 갖도록 하자.

5. 언젠가부터 더 예리해져야 한다. 더 세밀해져야 한다. 더 똑똑해져야 한다는 식이 강박이 나를 사로잡은 것 같다. 실제 그 만한 능력이 있지 않음에도 그런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과장된 언행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조심스럽기만 했다. 한마디로 과정을 최대한 숨기고 결론만을 보여주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원 미래야 뻔할 수 있지만, 현재 전투적으로 공부하는 이대원 삶은 아름답지 않은가?
계속 패배해 왔지만 승패와 무관하게 투쟁한다면 이대원 역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나이도 어린 게 지혜 운운하지 말고 30년 정도 더 전투적으로 산 후에 술 처먹으며 이야기해도 늦는 건 아니지 않을까?

조금 민망하지만 이런 질문이자 답을 민경우 선배님이 주고 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조금 더 과감하게 한 발 전진해야 할 시점임을 새삼 느낀다. 그럼 의미에서 이 글은 선배님에 대한 감사의 글이다. 감사의 뜻으로 선배님이 눈물을 흘리셨다던 비틀즈의 Let It Be를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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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맨 2010/02/26 20:16

    ㅋㅋㅋ 그래도 넌 무엇보다도 싸가지가 없어서 좋아....ㅎㅎ

  2. SSun 2010/03/07 14:38

    난 아직 2단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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