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서 내가 기대하는 건 멋진 풍경이 아니다. 나는 바람을 만나러 간다.
항상 바람이 부는 곳에서의 바람은 뭉친 공기의 흐름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정적 속에서 길을 걷다가 만나는 바람은 단순한 공기가 아니다. 시인 함민복 아저씨가 이야기했듯이, 그건 그 길에서 기다리고 있는 바람이 나는 이해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그런 바람은 참 반갑다. 바람들의 인사에 우리의 대답은 낮고 긴 감탄사. 햐.
길을 걸으면서 내가 기대하는 건 짜여진 일정이 아니다. 나는 우연을 만나러 간다.
몸을 움직이는 일에는 늘 재미가 있다. 우연 때문이다. 왜 하필 나는 그 때 그 곳에 있었을까. 더 신기한 건 왜 그 때 그 음식, 그 바람, 그 사람, 그 냄새까지. 모든게 다 우연이지만, 그 우연들이 모이면 기억이 되고 때론 감동으로 남는다. 그림을 그릴 때처럼 여기에다가는 이걸 넣고, 저기에다가는 저걸 넣는다. 그러면 그냥 그림이 되는 법. 누군가 여행은 기록하는데 있다고도 했는데, 기록은 우연을 기록해야 한다.
길을 걸으면서 내가 기대하는 건 당신이 아니다. 나는 나를 만나러 간다.
그렇다. 나를 만나러 간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버리고 온다. 6-7시간 정도 걷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게 며칠 지속되면, 자신에게 묻게 된다. 계속 묻는다. 그리곤 어느 순간, 눈물도 조금 날 것이고 또 어느 순간에는 묘한 웃음도 짓게 된다. 당신을 7번 국도에 내려놓고 나를 만나러 간다.
아래는 간단한 기록.
<준비물>
개인필수
침낭 ,옷(최대한 간단히, 내 추천은 긴팔 1벌, 긴바지 1벌, 속옷 2벌, 잠바 하나 - 이것도 너무 많긴 하다), 세면도구, 슬리퍼(이거 중요하다. 최대한 편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슬리퍼), 모자(창이 크고 간지나야 함), 개인 숟가락과 젓가락, 개인 물통(욕심 없이 작은 거), 비닐봉지(토하는 거 대비하는 게 아니라, 우천시 가방을 보호), 쌀 2일 분씩, 아이폰 충전기(우연이지만 가는 분들이 모두 아이폰4 소지자)
공통구매(제가 곧 구입할 예정이니 알고 계시라는 뜻)
우의(얇고 싸구려가 아니라 좀 좋은 걸로 구입 예정), 파우더 2개(파우더의 효과를 곧 알게 될 것임), 간단한 약품(물파스, 대일밴드, 근육통파스(뿌리는 것), 두통약, 지사제, 빨간약, 거즈, 반창고, 후시딘 등), 옷핀과 옷걸이, 호스(씻기 위해 필요), 노끈과 테입(테입의 힘은 정말 대단), 등산용 바닥깔개, 모기향, 커피, 베게, 랜턴 2개(밝게 빛나는 게 필요한데 있다면 사지 않아도 됨), 여행용 가스 2개, 빨래비누, 치약, 돗자리 3개(확보해 놓았음), 스피커(전지로 하는 거, 쉴 때 음악이 없으면 허무), 쓰레기 봉투 4개, 개인물컵 4개(물겁이지만 무엇이 담길 지는 모르는 일), 손목 모기퇴치 4개, 휴지, 물티슈 등
기타
등산용 버너2개(이미 있음). 코펠
이대원
작은 술 4병(이건 제가 제공하겠음, 홀짝거리는 재미), DSLR, 와인1병, 와인따개
김윤후(이 친구가 사실상 걷는 중 많은 일을 할 것임, 윤후야 부탁한다.^^)
마른반찬, 조리도구(칼, 수세미, 퐁퐁)
<코스설명>
7.29(금)
동서울 터미널(15:50) -> 영덕 시외버스터미널(20:10) -> 오보해수욕장(택시로 이동)
[참고] 이 날은 김윤후 생일임. 바다에서 생일파티.
7.30(토)
오보해수욕장 -> 고래불해수욕장(21Km)
: 첫 날이라 21킬로 걸어도 충분할 듯. 이 날 코스는 내내 자신의 오른쪽에는 바다가 있을 것임.
7.31(일)
고래불해수욕장 -> 구산해수욕장(19Km)
: 이 날도 바다를 하루 종일 볼 수 있음.
8.1(월)
구산해수욕장 -> 덕산해수욕장(17Km)
[참고] 이 날은 이대원 생일임. 음화. 내가 와인을 왜 가져가겠음?
8.2(화)
덕산해수욕장 -> 봉평해수욕장(21Km)
: 중반이라, 약간의 탄력을 받았기에 21킬로.
8.3(수)
봉평해수욕장 -> 고포해수욕장(17Km)
: 이 날부터는 내륙 절반, 바다 절반임. 길이는 짧지만 힘든 길이 될 듯. 하지만 고포항이 근처라 항구에서 만찬 기대.
8.4(목)
고포해수욕장 -> 장호해수욕장(19Km)
: 장호항이 근처에 있음. 만찬은 알 수 없지만 아쉬워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
8.5(금)
장호해수욕장 -> 한재밑해수욕장(21Km)
: 한재밑해수욕장은 지도에도 안 나오는 해수욕장임. 기대하고 있음. 실질적으로 걷는 마지막 날이라 21킬로.
8.6(토)
한재밑해수욕장 -> 삼척터미널(5.3Km) -> 정동진(버스로 이동) -> 웃고 즐기다가 -> 서울귀환
: 삼척역에서 정동진까지 바다열차를 타려고 했으나 이미 좌석 매진(아쉽).
: 심신이 지쳤겠지만 서울에서 뒤풀이 후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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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그대'
자신을 만나러 가시는군요! 걸으면서!!!
저도 휴가계획을 세웠는데~
글을 보니 뭔가 추가해야 될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웃고즐기다가 서울로 무사히 귀환하시길 바래요!
저에 대해 글 써주시기로 해놓고 그냥 가셨군요 ㅜㅡ
두분 다 조심히 무사히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