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존경.

그대의 이야기 | 2011/07/12 18:53 | 어처구니
급작스레 떠오른 단어. 존경이라는 단어는 어디에 붙어야 정확할까.

지난 3주 동안은 소주 2병 먹고 초보운전하는 삶을 살았다. 불현듯이 어디가 가고 싶어서 그냥 갔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을 이야기가 갑자기 화를 불러오더니 끝내는 눈물까지 데리고 왔다.

내 지인들은 나한테 "술 좀 작작 먹어라"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근데 술은 다 마신 후에 내가 술을 마셨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마시기 시작한 순간부터 취하는 전 과정에서 희희덕거리거나, 흐린 눈으로 상대방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다가, 그냥 걷기도 하다가. 옛날 일이 생각나서 자조도 아닌 그렇게 기쁨도 아닌 그저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 때가 아마 27살, 아닌가 28살이었나..."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말은 에너지 소비가 크다. 단순히 기억을 떠올려야 함이 아니라, 상대방에서 그 순간을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적당한 단어와 단어를 계속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그걸 뭐라고 할까"라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그렇게.

비가 하도 오길레, 온몸이 퉁퉁 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돌아가는 길에 속이 쓰린 것 보다 기억이 쓰렸다. 또 언젠가, 비슷한 공간에서 또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그 때가 아마 34살, 아닌가 33살이었나..."하며 끙끙거릴테니 말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 대판 싸우고, 평소에 날 믿어주던 후배에게 심한 말을 하고, 머리에 떠올랐던 친구를 만나서 수다소주.

예전에는 얼굴이라도 화끈거리고 며칠 동안 괴로워했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처럼 된 듯해서 명치부분이 참 아프다.

급작스럽게, 그런데 존경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존경이라는 말은 참 부담스러워, 참 힘들어"

수 차례 갔었던 공간이었다. 참 지겹게도 걸었던 길이었다. 그 공간에 있었던 시간들을 순차적으로 잇는다면 며칠이 될 것이다. 저 골목 너머에는 그게 있고, 옆 모퉁이 돌면 그게 있다. 들어가 본 집도 있고, 눈으로만 매번 훔쳐봤던 공간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어야 좋다.  그 바람에 존경도 날아가 버리면 좋다. 그 대신 그 순간을 존경하고 싶다. 그 공간을 존경하고 싶다.



저작자 표시

'그대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을, 우연을, 나를 만나러 간다.  (2) 2011/07/21
아버지  (2) 2011/07/17
존경.  (0) 2011/07/12
두근두근. - 청년유니온 10월 강좌  (3) 2010/10/15
가끔은 하늘만 봐도 좋은 날이 있다.  (1) 2010/07/20
정리 혹은 반성  (2) 2010/04/02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thebend.kr/trackback/130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밀글 (Serect)
댓글 달기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