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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

그대의 이야기 | 2011/11/14 23:02 | 어처구니
1. 요즘 청년유니온에서 취업코칭 프로그램인 '둥지'에 참여하고 있다. 3주 총 6회. 지금까지 4회 모두 참가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흥미보다는 장난 삼아 참여한 측면이 크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업도 있고 때로는 "내가 이걸 도대체 왜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냐는 첫 수업 때의 질문에 구직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참가해서 한 일이라곤 오히려 듣고 말하고, 듣고 말하기다.

2. 20살 이후로 14년 동안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왔다. 만난 사람 수만큼이나 이야기도 참 많이 했다.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나더라 수다쟁이라고도 한다. 어쩜 그렇게 이야기를 끊기지 않고 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러다보니 했던 말, 비슷한 말도 많이 하게 된다. 우선은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 줬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조용히 보낸다. 그런데 말이다.

3. '둥지'에서 했던 말들은 조금 다르다. 각자가 생각하는 '강점'과 '약점'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이 생각했던 '강점' 중에 있냐고도 물어봤다.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했던 사람인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거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참 어려웠다. 결국 적기도 하고 발표도 했지만, 그게 정말 내 강점인지 약점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4.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제대로 이야기해 보지 못했던 것. 그건 바로 나였다. 나는 나에 대해서 표현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했다. 심지어 직업선호도심리프로그램에서는 많은 분야에 흥미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가 다른 구직자들보다 절박함이 적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건 절박함 보다는 애정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근데 그 자기애가 관계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5. 이런 이야기를 주변 지인들에게 했더니. 반응은 한결같이 "에이, 말도 안되요. 형처럼 명확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 어디있어요."라고 한다. 지난 10년 이상 나는 그렇게 확신차게 이야기하고 행동했던 모양이다. 근데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다. 이건 걱정, 절망 같은 게 결코 아니다. 정말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서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6. 누구는 이런 나를 보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29살 12월까지는 건조한 바람처럼 살았다. 그 후 2년 동안은 방향이 정해져 있는 바람처럼 살았다. 32살 4월부터는 정처없는, 목적지가 없는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살다보면 또 무슨 일을 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걱정하고, 또 조금은 설레이고. 하다보면 가끔씩 즐거워하고 눈물도 나고. 그러다가 그게 오래할 일은 아닌 것 같은 느낌. 그런 것의 반복.

7.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0년 이상 동안 즐거워했던 일. 힘들 때 힘을 주던 일. 아무리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기꺼이 했던 일. 그런 것들이 재미가 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8. 난 앞으로도 큰 변함없이 또 일을 할 거고, 술을 마실거고, 사람들도 수다도 떨고 저 멀리 바람처럼 움직이기도 할 거다. 근데. 조금은 생각이 필요한 시점에 도착한 것 같다. 한 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뭘까." 이 질문을 한참 처다봐도 참 묘한 물음이다. 분명 어딘가에 도착한 것 같은데, 그게 어딘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질문 자체에 의미가 있는 시기다. 그것을 '질풍노도'라고 부르던 '나이 먹음'이라고 부르던. 여하튼 나는 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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