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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그대의 이야기 | 2012/03/19 13:29 | 어처구니
실패했다. 자존감을 건 승부에서 실패했다.

도착하지 않은 편지 속에 나를 좋아한다는 고백이라도 들어있다고 믿으며 매일 우체통만 바라봤는지도 모르겠다. 편지는 도착하지 않았고 우체통 속에는 시덥잖은 광고물만 가득했다. 그럼에도 우체통을 비우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고 있어서 마음 정리가 필요했다.


1. 옹졸했다. 누군가의 실패 혹은 패배를 그토록 강렬하게 바랐던 적도 별로 없었다. 나는 두 개의 길 앞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는데 욕심이 과했는지 아니면 정말 할 수 있다고 믿었는지 가랑이가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희희덕거리다가 결국은 길에서 벗어났다. 차라리 욕심이었다면 반성하면 될 일이다. 욕심이 아니라 편협하고 옹졸한 내 자신이 실패했다. 

2. 하루 하루 감정의 파도를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윽박지르고 협박하고, 때론 응원하고 그렇게 그 시간을 건너왔다. 절박함이 즐거움을 이기지 못한다는 출처도 불분명한 말이 생각나더라. 난 절박했을까. 어찌보면 도착하지 않는 편지가 아니라 아예 쓰여지지도 않은 편지를 상상한 것은 아닌가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3. 날씨는 점차 봄날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봄날에 참 민감하다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매년, 봄은 나에게 선택을 요구했다. 대부분은 이별을 요구했다. 그 장소, 그 시각, 그 분위기, 그 사람들과의 이별을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여름은 그 이별의 상처를 땡볕 속에서도 덧나게 하는 시간이었고 가을은 잠시 망각하고 겨울이 되면 그 상처가 시리도록 아팠다. 

4. 좀 더 커질 수는 없을까. 좀 더 대범해 질 수는 없을까. 누군가를 참 싫어했지만, 그 사람이 된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은 없다. 

5. 올 해는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걷고 싶었다. 근데 아무래도 올 해는 또다시 반성하는 마음으로 만나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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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pha328 BlogIcon 박현아 2012/04/16 10:25

    글..멋져요. 글이 참 솔직하고 감성적이며 깔끔해요. 눈물이..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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